나만 고민이 많은 것 같고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지금의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며 행동한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어떤 길이 나의 삶을 의미 있게 해 줄지 가늠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역사의 쓸모"였다.
<<저자소개>>
최태성, 누적 수강생 500만 명, 대표 역사강사
역사 교사로 지내면서 2001년부터 시작한 EBS강의로 전국 학생들에게 믿고 듣는 큰 별선생님이라는 찬사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교단을 떠나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방송활동과 온라인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저자의 말>>
삶의 방향을 정하고 삶을 바로 잡고 싶을 때마다 저는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놀랍게도 100년 전,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위기도 겪고 또 극복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선택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쓸모 있는 학문이 있을까요?
1. 모든 것이 좋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잉카제국의 유산을 보고 나면 "이렇게 잘 나가던 나라가 왜 100년 만에 망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세워진 잉카제국, 멸망한 이유가 무엇일까?
잉카제국은 피사로와 그 무리들에 의해 멸망했다. 피사로는 남쪽 어딘가에 황금이 많은 땅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떠난다. 하지만 험난한 길이었기에 겨우 180여 명의 군사만이 남게 되었다.
잉카제국은 인구 600만에 병력은 8만 인 것에 비하면 도전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피사로는 친척 코르테스를 분석하였다. 코르테스는 고작 1000명의 병력으로 아즈텍이라는 큰 나라를 무너뜨리고 멕시코를 세웠기 때문이다. 자신도 전략적으로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사로는 힘겹게 마추픽추에 올라 잉카의 황제에게 우리가 잔치를 열 테니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병력이 열세하기 때문에 특이한 구조의 도시광장을 장소로 정했다.
잉카 황제는 피사로의 초대를 수락했다. 황제는 수만의 군대가 있었고 마추픽추라는 지형도 자신이 유리했으니 두려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왕이 도착하자 피사로는 성경책을 펼치며 기독교를 전해준다는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잉카의 황제는 성경책을 바닥에 던졌다. 그걸 기회로 피사로의 일행은 탕탕 총소리를 내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피사로의 군대가 가진 무기는 총, 대포, 그리고 말이었다. 세 가지 모두 잉카에는 없는 것이었다. 처음 본 것들에 잉카인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 대군을 이끌고 온 잉카의 황제는 별 저항도 못하고 생포되었다. 태양의 나라 잉카는 이렇게 멸망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무엇이 멸망의 원인이었을까?
피사로의 치밀한 계산도 한몫했지만 잉카 황제의 오만과 무지가 결정적이었다. 상대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주변 부족과 싸워 언제나 이겼기에 관성에 따라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관성이란 참 무섭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순항할 때도 우리는 항상 점검해봐야 한다.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없을까?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지금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자꾸 물어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된다.
관성에 따라 살다 보면 양극단으로 가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책에서도 살펴보았었지만 양극단은 불행이다. 끊임없는 공부와 사색, 통찰로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 한다.
2.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일상에서도 협상은 중요하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과자를 얻어낼 때에도 협상력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협상의 달인을 꼽는다면 단연 고려의 "서희"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희는 몇 마디 말로 전쟁을 막고 땅을 얻어낸 사람이다.
서희가 재상으로 있을 때 고려는 송나라와 친했다. 그런데 거란의 장군 소손녕이 대군을 이끌고 고려로 쳐들어왔다. 80만 병사를 이끌고 와 당장 나와서 항복하라고 협박문을 보냈다. 당시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평양을 내어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왕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런데 서희가 이야기 한번 나누지 않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 또한 서희는 지금 거란의 행동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말 고려를 칠 생각이었다면 거침없이 밀고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소손녕은 고려에 들어오자마자 고구려 땅을 달라고 하면서 강화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강화요청은 보통 "우리 그만 화해하자"라는 의미로 약한 쪽에서 주로 요청한다. 그래서 서희는 거란의 진짜 의도를 만나서 알아보았다.
소손녕이 말했다. "너희 고려는 신라를 계승한 나라이니 옛 고구려땅은 우리 것이다."
서희가 반박했다. "우리야 말로 이름을 고려로 할 정도로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다"
사실 이 둘이 주장하고 있는 이 대화는 탐색전에 불과했다. 대화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서로가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인 것이다. 외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패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패를 보여주는 것은 그 판에서 힘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서희는 거란군이 전쟁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싸울 의도로 대군을 끌고 왔으면 얼른 공격해야 하는데 땅을 돌려달라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슬쩍 말한다. "왜 가까운 거란 하고는 교류하지 않고 송나라랑 친하게 지내느냐"라고. 드디어 진짜 패를 드러냈다.
'옳다, 이거였구나' 서희는 소손녕의 속내를 정확히 간파한다. 거란이 정말 싸워고 싶은 상대는 송나라인데 송을 치러 가자니 후방에 있는 고려가 염려되었던 것이다.
거란의 패를 읽은 서희는 탐색전을 끝내고 먼저 제안한다. "현재 고려과 거란 사이에 여진이 있어서 친하게 지낼 수가 없다. 여진을 몰아내고 그 땅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게 해 주면 그때는 친하게 지낼 수 있다"라고 말이다.
소손녕은 바로 넘어왔다. 걱정하지 말라며 여진을 몰아내고 강동 6주를 내어주었다. 그럼 거란은 손해일까? 거란의 목표는 송나라이기 때문에 강동 6주는 콩알만 한 땅이다. 거란도 송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한 셈이다. 협상이란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조건을 찾는 일이다.
서희는 거란이 투자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잘 파악하고 딱 그만큼만 제안한 것이다. 협상가는 보통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협상가에게 중요한 것은 정확한 눈이다. 여기서 정확한 눈이란 흐름을 파악하고 상대의 의중을 감지하는 관찰력이다.
'협상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희가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그저 말 잘해서 전쟁도 막고 땅도 얻은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협상이라고 하면 거창한 말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협상을 마주한다. 나의 진짜 의도를 바로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는 나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을 일부라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와 나에게 주어진 현재 상황에 대해서 크게 바라본다. 어느 것이 서로를 위한 일인지 그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 되는 것이다.
역사의 쓸모는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좋았다. 기대가 크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최태성샘을 쫓아가다 보니 너무 재미있고 깊이 있어졌다. "역사의 쓸모" 차기작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여러 역사들을 이런 식으로 접하다 보면 나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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