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왕이 정말 잘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조공을 바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고구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했던 전성기의 왕이다. 그런 그가 정말 잘해온 일이 조공이라니,,, 우리가 아는 모습들은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를 통해 지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장수왕이 제일 잘했던 일
장수왕이 정말 잘했던 일은 바로 조공을 바치는 일이었다. 장수왕에게 조공은 하나의 외교 전략이었다. 당시 중국은 위 진 남북조 시대로 고구려 옆에는 북위, 북연이었고 아래는 송이 있었다. 고구려는 이 혼란 속에서도 조공을 이용해 모든 나라와 친선관계를 유지했다. 서로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상황에서 친선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한 번은 문제가 터졌다. 북위가 북연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망하기 일보 직전에 북연의 왕은 고구려에 망명을 요청한 것이다. 장수왕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북연 왕의 망명을 받아들이자니 북위의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자니 왕을 따라올 인적, 물적 자원들이 아쉬웠다.
고심하던 장수왕은 망명을 받아들이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러자 북위는 북연 왕을 내놓으라고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선포했다. 장수왕은 어떻게 했을까? 자신도 어마어마한 군사가 있고 안정적인 상황이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수왕은 납작 엎드린다. 그리고 북연 왕이 다시 세력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요즘 같으면 굴욕외교, 나라 망신이라고 언론이 난리 났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왕은 북연 왕을 받아들임으로써 많은 자원을 얻었고 북위에 몸을 숙임으로써 전쟁도 피했다. 사실 전쟁을 하면 이겨도 손해이다. 많은 자원들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수왕은 조공과 낮은 자세로 최대한 전쟁을 피했다. 장수왕은 약간의 손해로 큰 피해를 막으려 한 것이다. 고구려는 단지 무력이 아니라 유연한 자세로 전성기를 유지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장수왕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구려의 안정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잘 나가는 나라의 왕으로서 체면을 차리기보다 고구려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시선을 의식하고 선택을 한다면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가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줏대가 왜 이렇게 없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에는 그런 사람에게서 그 안에 있을 큰 크림이 보일 때가 있다. 마찰을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실리를 잘 챙기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신분제를 뛰어넘은 장보고
신분제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도 지금 무언가를 시작할 때 호기롭게 시작했다가도 중간중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역사를 만들어온 그들을 보면 그렇다.
바다의 신, 장보고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지배층이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면 역사에 이름을 떨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런데 평민임에도 고대 중국과 한국, 일본 역사서에 모두 이름을 올린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바다의 신 장보고이다. 6두품의 나라 통일 신라에서 태어난 그는 흙수저 중의 흙수저였다. 심지어 이름조차 없었던 사람이다.
그 시대에 신분이라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감히 뛰어넘을 생각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평민은 꿈을 갖는 순간 비극과 고통이 시작되는 시대였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보고는 그만 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 당나라로 갔다. 어차피 여기서 안될 것이라면 저 바다를 건너 다른 기회를 생각했다. 여기 안전한 세계에서 주어진 대로 사느니 조금 무섭지만 미지의 세계로 가본 것이었다. 장보고는 당나라로 건너가 외국인 용병이 되어 승승장구하게 된다. 당나라 드림을 이룬 셈이었다.
그러던 중 당나라와 신라를 오가는 무역선을 보고 장사를 시작한다. 장사 수완이 좋아 점점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장보고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갑부가 되었지만 또 도전을 선택한다. 해적들에게 끌려가 노예로 팔리는 신라 사람들을 보며 해적들을 소탕해야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었다. 신라로 돌아와 흥덕왕에게 제안한다. 권한을 준다면 해적들을 소탕해 보겠다고 말이다. 허락을 받고 장보고는 바다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장보고는 자신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던 걸까? 아마도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장보고는 단점을 메우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가능성과 비교하면 상처만 입는다. 비교는 오로지 나 자신과만 해야 한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앞에는 푸른 바다가 있다. 누군가는 그저 바라만 보고 누군가는 기꺼이 그 바다를 건널 것이다. 삶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3. 나에게 필요한 것
요즘 시대에는 유연한 태도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유연한 태도는 여유가 없으면 갖기 힘들다. 여유를 갖고 전체를 바라볼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나의 자존심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나의 한계를 너무 작게 정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자.
신분을 뛰어넘는 한계를 넘으려 한 사람들, 일본에 대항하며 나라를 지키려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 여자는 그저 후세를 위한 존재라고 여겼던 조선에서 이름을 떨쳤던 여성들, 그들은 레벨 100을 뛰어넘으려 했다면 나는 지금 레벨 10도 안 되는 수준에서 되니 안되니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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